보도자료

한국의 체벌과 아동 학대

09.11.18 16:04 마티아스 슈페히트 (mati)

지난주 수능 열기로 시험 지역에 항공 교통이 제한되고 신종 플루로 의심되는 학생들은 격리 상태에서 시험을 칠 때 한국의 교육에 대해 한 번 더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도 그 주제는 최근에 썼던 한국의 부모와도 관련이 있는데, 학교와 동시에 집에서도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주제는 '체벌'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맞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 틈에서만 자라온 내가 처음으로 이 주제를 접한 것은 국제 기숙사 학교에 들어간 첫해의 일이었다. 늦은 가을 저녁 제일 처음 사귄 한국인 친구들과 기숙사 근처의 작은 호숫가를 걷고 있었다. 부모님과 떨어져살면서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더욱 의지하게 되었고 '독립' 이전에 있었던 아주 개인적인 일들도 얘기하곤 했다.

그날 내 친구는 가장 슬픈 기억으로 초등학교에서 친구 두 명이 짓궂은 장난을 하다가 싸우게 되었을 때 억울하게도 자신이 대신 끌려갔던 일을 꼽았다. 선생님이 책임을 물었을 때, 친구는 정직하게 자신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말했는데 그것이 선생님을 아주 화나게 만들었고 어머니를 모셔오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자기 딸 편을 들기보다 노한 선생님을 달래길 원했고 선생님 앞에서 친구를 때리기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났음에도 친구는 아직 그 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맞은 게 아파서가 아니라 자신이 제일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고 느꼈던 마음의 상처가 깊었던 것이다.

맞아본 적이 있는 아이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격분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는 상상만 해도 아팠고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그 일로 눈물 흘리는 친구를 보니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그 때는 한국에 그 비슷한 일들이 얼마나 흔했는지, 그리고 현재에도 여전히 흔하다는 것을 잘 몰랐다. 사실 한국에서 어릴 때부모님에게서든 선생님에게서든 맞아보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사실 현행법상 아이가 몇 살이고 어떤 상태에 있든 '교육 목적'으로 화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때리는 것은 합법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처벌 강도에는 거의 제한이 없는 것 같고 교사가 선을 넘더라도 그 일이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인터넷에는 검푸른색으로 멍든 초등학생의 엉덩이 사진과 고막이 찢어진 이야기, 그 여파로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거나 영구적 청력 장애를 입었다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하루에 110대를 맞은 어떤 청소년은 자살을 했다. 학생들이 찍은 수많은 동영상들은 교사가 빗자루, 나무 회초리나 몽둥이, 주먹으로 어린 여학생의 얼굴을 때리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이 동영상이 반향을 불러 일으켰음에도, 결과적으로 학급에서 휴대전화를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하게 만들 뿐이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때리는 목적

법은 학교에서의 체벌을 "교육상의 목적"에서만 하도록 제한하는데 비해, 사실상 이를 어기고 아이들을 때리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틀린 대답을 하거나, 매주마다 보는 시험을 잘 못보거나, "생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태도 문제"인 지각, 숙제 잊어버리기,수업 시간에 말하기 등 모든 문제에 대해 많은 한국 교사들이 폭력을 가장 좋은 해결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가정에서는거의 전적으로 부모의 재량에 달린 문제라서, 아이가 너무 심하게 맞았다거나 실제 학대를 당했다고 느낄지라도 경찰이나 다른 "외부인"에게서는 거의 도움을 기대할 수가 없다. 결국 한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말은 엄격히 "가족사"라고 말한다면 너무 냉소적으로 느껴지려나.

우리는 왜 아이들을 때릴까?

하지만 21세기 한국처럼 문명국 사람들이 왜 아직도 아이를 때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삶과 신체적 안정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나 공통한 권리(나이에 관계 없이)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얼마나 쉬운지 생각해보면, 우리의 임무는 누구든(부모든 교사든) 이를 침해하는 사람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이를 뛰어넘어 체벌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창의적이 되어야 한다. 어린 아이들의 학대를 정당화할 때 체벌옹호자들의 창의성은 빛을 발한다. 가장 많이 들었던 이유 몇 가지를 나열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써보겠다.

1)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것은 그 사랑과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어로 '사랑의 매'라는 표현이 있는데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수고를 함으로써 그 사랑과 헌신을 보여준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나에게 반어적이며 미친 말로 들린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를 가하면서 아주 좋은 일을 하는 거니 감사해야 한다고 의도적으로 아이를 세뇌하는 거라면 '반어적'이다. 그리고 성인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 방법이 신체적 폭력 뿐이라면 '미친' 것이다. 어쨌든 이런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내 생각엔 잘해도 부도덕한 사람이고 아니라면 반사회적 성격이상자일 것같다.

(또한, 자신을 때려준 데 대해 감사해하는 아이가 있다는 주장에도 딴지를 걸려 한다. 고문 하의 자백은 법정에서 유효하지 않다는 오랜 속담을 떠올려봐야 할 것이다.)

2) 아이들은 맞아야 한다

한국인들은 종종 아이들의 행실을 바르게 하기 위해, 혹은 치열한 대학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아이들을 때려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때리는 것과 높은 점수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은 증명하기 힘든 일이다. 맞은 아이가 좋은 점수를 받았다면 여러가지 요소가 원인일 수 있다. 그 아이가 똑똑하거나 컨닝을 했을 수도 있고, 더 맞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더 열심히 공부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원인은 알 수 없다. 반대로, 아이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좋은 행실을 배우는데 때리는 것이 필요 없다는 것은 훨씬 증명하기 쉽다. 유럽에서는 아이들을 때리는 것을 법으로 금했지만, 놀랍게도 학생들은 시험에 통과하고, 'SKYE'보다 월등한 대학에 간다. 이미 이대로 충분할 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겠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아이를 때리는 것이 시험 성적을 높이는 데 조금 효과가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것으로 이 모든 것이 정당화 되는 걸까? 시험 성적 때문에 우리의 인간성을 포기하고 아이들에게서 인권을 빼앗는 것이 옳은일일까? 이는 좀 더 높은 봉급을 받기 위해 인권을 매매하는 부패한 사회의 시초가 아닐까? 지금 무분별하게 아이를 때리는 대신그만큼 열심히 대학 입학 시스템을 개선하고 고치는데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주 조금 더 나은 성적을 위해 아이를 때려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독자들을 위해, 더한 얘기까지 하겠다. 결과가 아동 학대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결과가 정말로 어떤 것인지 묻고 싶다.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연세대에 들어가고 삼성에 취직을 했는데, 괴롭힘을 참아내고 달달 외우는 능력으로 거기까지 올라온 사람들만 가득하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국적 기업의 매니저에게 필요한 능력은 상부의 모욕에도 참아낼 수 있는 두꺼운 얼굴만이 아니라, 소통하고 협상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여러가지 사회적 지위와 나이의 사람들과 말이다.)

3) 아이를 때리는 것은 한국의 문화이다

한국인은 서양인과 가치관이 다르며, 가끔씩은 "싫으면 한국을 떠나지 그러냐"는 말이 추가된다. 그럼 어디 살펴보자. 첫째, 아이를 때리는 것이 가치관에 속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그저 의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문화적 차이로 간주할 수 있냐는 것이다. 식사 예절은 나라마다 다른 문화적 차이다. 협정과 총회에 관한 법 또한 그렇다.

예를 들어 길 오른쪽으로 운전하냐 왼쪽으로 운전하느냐는 문화의 차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때리는 것은 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권은 만인에게 공통적인 것으로, 어디에 살든 누구이든 관계 없이 가지고 있는 권리다. 중국에서 사람들이 재판 없이 투옥되는 것, 아프리카에서 여자들이 윤간당하는 것,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단 이유만으로 북한사람이 살해당하는 것이 문화적 차이로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범죄를 비난하는 것은 어떤 권리들은 국경과 문화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를 때리는 것 역시 그런 범죄의 하나라고 생각하며 강간이 그렇듯 문화적 차이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을 좋아하지 않으면 떠나면 되지 않냐는 의견에 대해... 정말 가능한 일일까? 여기 살면서 한국에 대해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맞는데 대해(혹은 직접 때리는데 대해) 별로 큰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 같다. 이의가 있는 것은 결국 피해자들일 것이다. 7살짜리 꼬마에게 한국에서 싫은 점이 있으면 스위스로 이사가라고 말하는 건 지나치게 비꼬는 말이 아닐까?

그리고 문화적 가치관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유럽에도 여성 차별이나 아이를 때리는 것이 흔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문명화가 진행되고 자신의 도덕적 가치의 근거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됨에 따라 그런 가치관이 변하게 되었다. 유럽인들이 더이상 아이들을 때리지 않기 때문에 한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은 중동 국가들이 한국에서는 여성이 더이상 열등한 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과도 같겠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이유

위의 글을 읽어보면 아이를 때리는 일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기 힘들 것이며,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를 알고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이를 때리는 진짜 이유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중 하나는 많은 부모와 교사의 교양이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고 때리는 것 외에 다른 더 복잡한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가 잘못되고 있을 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더 많은 노력'의 정 반대가 아니던가.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인 대답이다. 주인의 침대에 배변을 하는 고양이가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충동은 고양이를 때리는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과 동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들인다면, 그러한 행위는 주인에게서 버림받을 것을 염려하는 표시로 고양이에게 최악의 것은 때리는 것이란 걸 알게될 것이다.

더욱 냉정한 설명으로는 어떤 사람들은 그저 자신을 되칠 수 없는 다른 이들을 때리는 걸좋아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부모들은 때리는 것이 아이 안에 정직한 사랑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아이와의 관계를 수월하게 조종할 수 있도록 만들 거란 걸 알고 있다. 아이들은 정서적으로는 거리를 두고 자라날 지 모르지만, 많은 경우 더 오랜동안 부모의 말에 복종하게된다. 이런 행동은 무의식적 공포나, 부모를 위해 '딱 맞게 행동'해 원래 당연히 받아야 하는 부모의 사랑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데서 나온다. 부모에게 편리한 이유를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폭력의 결과

내 생각에, 한국에서 이뤄지는 것과 같은 체벌의 문제점은 그것이 학생의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든 아니든간에 잠재적으로 아동 학대가 되풀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폭력 없이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을 폭력으로 푸는 것도 한 방법이며, 화나거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다툼이 있을 시 더 작고 약한 사람을 때려도 괜찮다고 가르치는 셈이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힘의 남용의 고리를 보게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학교든 혹은 군대든 간에 오래된 구성원이 더 어린 구성원을 괴롭히고 그 어린 구성원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과분한 존경을 요구하며 자기가 당했던 것과 똑같이 후배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문제를 폭력으로 풀도록 배운 데 대한 결과는 일상에서도 종종 느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힘이 아닌 말로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길거리에서의 논쟁, 작은 사고 후의 운전자들, 국회의사당의 정치인들... 많은 경우 논쟁에서 주먹 다짐까지는 한끝 차이일 뿐이다. 인터넷상의 토론도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가 다른 의견을 보이면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은 설득이 아니라 공격이다.

또한 폭력은 교육과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한 행위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 아이들은 두려워서 얌전히 굴기 보다는 스스로 수양을 쌓고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로운 관계가 보람되어서 바르게 행동하길 원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씁쓸한 일이겠지만 한국에는 일생동안 기억을 더듬으며 부모에게 받은 대접을 이해해 보려고, 스스로에게 부모가 사랑해서 때렸다는 말을 하며 머릿속에서 과거를 왜곡하는 '자라난 아이들'이 가득하다.

출처 : '사랑의 매'에 사랑이 있는가?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63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