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사립 어린이집 교사 채용조건, 너무 허술한 건 아닐까

2013-04-22

"교사로서 처우 개선과 함께 교사의 자질 검증 병행돼야"

2013-04-02 06:00 CBS 신동진 기자

최근 안산의 사설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원생에게 가위를 던지는 일이 벌어지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서 보육교사 자질 문제도 자연스레 도마위에 올랐다.

사설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되기 위한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따겠다고 마음 먹으면 심지어 온라인 수강 만으로도 해당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도 있다.

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육교사가 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만 이수하면 된다.

현재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은 2년제 또는 4년제 보육학과, 유아교육과를 졸업했거나 학점은행제, 사이버대학을 통해 11과목을 온라인으로 그리고 실습 1과목을 오프라인으로 이수하면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더라도 전문학사 80학점을 동시에 이수하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관련 학과를 졸업했다면 졸업과 동시에 보육자격증을 취득하게 되고, 만일 관련 학과를 졸업하지 않았다면 법이 정하는 일정 학문 교과목에 대한 학점을 이수하면 해당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이날 취재진이 보육교사 자격증을 내준다는 A학원에 문의한 결과, 온라인 수강만으로도 보육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취재진이 "시간이 없어 중간·기말 고사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묻자 해당 상담원은 "사실상 시험은 형식만 있는 것"이라며 "온라인으로 출석체크만 잘하면 F학점을 피할 수 있으니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받는데에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발급함에 있어 교사로서의 인성 등 최소한의 자질 검증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가 아이들의 인격과 정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생님을 양성함에 있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보육교사가 너무 쉽게 양성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이들을 폭행하고 학대하는 등 교사로서 기준 이하의 자질을 갖춘 교사들이 양산되고 있는 현실을 국가가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황옥경 교수는 "교사들의 자질이나 역할이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육교사라고 하면 아이를 보호하고 교육하는 전문적인 행위를 해야하는 직종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보육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자격 기준이 취약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교수는 "우리나라 보육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려나가다보니 이런 느슨한 자격 규정이 마련된 것"이라며 "교사를 할 수 있는 자격 규정을 고치지 않으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선 보육교사 선발 조건을 보다 엄격히 관리하고 열악한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도 병행돼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월급은 185만원 정도며, 사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월급은 120만원 이하에 머물러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이미화 박사는 "근무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서 (교사의) 높은 자격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보육교사는 육체 노동과 정신 노동을 같이 하는 직업으로 현재 사회적인 대우가 좋지 않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보육교사들을 선발함에 있어 심리검사 등을 통해 우울증이나 심리상태가 불안한 교사를 걸러내 아이들을 폭행하거나 학대하는 교사들을 더이상 만들어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과 서영숙 교수는 "심리 검사를 통해서 우울증이나 지나치게 심리 상태가 이상한 부분을 걸러낼 수 있다면 그런 것을 도입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 교수는 "현직에 있는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철저히 해야한다"며 "반드시 들어야 하는 교육이 아동학대 방지나 아동 권리에 대한 교육이 있는데, 현재는 많게는 700명가량이 한꺼번에 듣도록 하고 있는데 이 교육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소규모의 교사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황옥경 교수는 "관련 전공자 중심으로 자격 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전문성이 강화돼 보육교사의 자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와함께 처우, 근무환경이 개선되면 우수한 보육 환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sdjinny@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