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채용 교직원 자질 검증 허술
- 전과 조회 음주·폭행 등 제외
- 지자체 관리감독도 형식적

어린이집 관리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 교원을 걸러낼 장치는 전무하고 관리 감독할 공무원은 크게 부족하며 교실에 CC(폐쇄회로)TV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원아 폭행, 통학차량 만취 운전 등 최근 잇따른 어린이집 관련 사건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제도적인 장치가 미흡한 것이다.

■CCTV는 안 달면 그만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는 총 2501대. 이 중 303대는 건물 외부에 달린 방범용이며 909대는 복도나 입구에 설치돼 있다. 아동이 주로 생활하는 교실에 달린 CCTV는 1284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48곳에 몰려 있어 부산지역 어린이집 1853곳 가운데 86%는 교실 내부에 CCTV가 없다. 이렇게 된 이유는 어린이집 내 CCTV 설치가 권고 사항이기 때문이다. 안 달면 그만인 것이다. 비용 부담과 사생활 보호 논란도 CCTV 설치를 꺼리는 요인 중 하나다.

이에 어린이집 교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 말을 못 하는 어린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부모의 걱정을 줄이는 방안이란 이유에서다. CCTV는 폭행 사건 등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영구 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원아 폭행사건도 CCTV에 포착돼 밝혀졌다.

■문제 교직원 걸러낼 방안 없어

범죄 전력이 있는 교직원을 걸러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부산시 어린이집 보육사업 안내 지침에 따르면 교직원을 채용할 때 성범죄 전력은 반드시 조회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음주나 폭행 등 다른 범죄사항은 조회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동구 어린이집 통학차량을 만취상태에서 운전한 운전자도 음주 전과가 있는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음주 전력만 조회했다면 채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국공립어린이집 위탁계약자 선정도 문제가 있다. 구·군은 공립어린이집 운영자를 모집할 때 운영계획 운영실적 재정능력 등을 보고 판단한다. 심층 면접, 이전 근무지의 평판 등 원장의 인성 소양을 평가하는 항목은 없다.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장자격증으로 대신하고 있다.

■점검과 단속도 형식적

점검이나 단속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구·군은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해 1년에 한 번씩 운영전반에 대한 정기점검을 벌인다. 특히 이번 폭행사건처럼 아동 학대와 관련한 점검은 형식적이다. 상처를 대충 보고 교사 상담을 통해 제보받는 것이 전부다. 더욱이 정기점검은 사전 통보방식으로 이뤄져 문제점을 적발하기 힘들다.

정기 점검과 별도로 상시점검도 시행하고 있으나 각 구·군 담당자는 2, 3명밖에 안 되고 각종 신청 업무도 병행하고 있어 점검은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다.

부산여성회 박오숙 대표는 "문제를 일으킨 교사나 원장이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일을 막을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여성회는 29일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어린이집 아동 학대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좌담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