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기저귀 갈고 안아주면 돼’ 수요 늘면서 자격증 남발ㆍ전문가 “관리·감독 강화”어린이집 교사들의 아동폭행이 잇따르면서 아이를 맡긴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어린이에게 미치는 심리적 상처와 후유증이 큰 아동폭행이 되풀이되고 있는 데 대해 근본적 처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신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현황’을 보면 2009년 67건이던 어린이집 아동학대 신고는 2010년 100건, 2011년 159건으로 집계됐다. 2년 새 2.4배로 늘었다. 학대 행위는 신체학대(28.3%)가 가장 많고, 정서학대와 방임(23.9%), 신체학대와 정서학대(16.4%)를 같이하는 사례도 많았다. 학대한 사람들은 양육 태도와 방법 부족(52.6%), 성격·기질(16.5%) 문제가 주로 지적돼 어린이집 원장·교사들의 자질·품성 문제가 노출됐다. 재학대도 적잖았다.
어린이집 폭행은 시설 이용자들이 많아지면서 공분을 키우고 있다. 지난 25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누리꾼 ‘가현이아빠’가 어린이집에 법으로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청원글을 올렸다. 15개월 된 딸을 두고 있다는 그는 “말 못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부의 걱정이 클 것”이라며 “어린이집 원장이나 교사의 사생활 침해 주장이 있지만 유아 및 어린이 보호와 범죄 사후 처벌을 위해 CCTV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사흘 만인 28일 현재 1만명에 가까운 누리꾼이 서명했다.
전문가들은 CCTV 설치 등을 넘어 교사 자격이나 어린이집 운용 전반에 대한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어른에게 폭행당하거나 폭행 장면을 본 아이들은 불안감과 우울감이 만성적으로 깔리며 쉽게 위축되고 주눅드는 경향이 있다”면서 “어렸을 때 받은 폭력은 큰 상처와 후유증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꼭 신체적 폭행이 아니어도 언어폭력이나 심리적인 위협이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며 “보육교사들의 전문성 신장과 환경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2~3명의 교사가 같은 반에서 아이들을 나눠 돌보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서로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혜원 서경대 아동학과 교수는 “최근 교사로서의 자질에 대한 고민 없이 일단 자격증을 취득하자는 생각으로 공부를 하고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에겐 아동인권에 대한 교육이 더욱 필요한데 정작 이런 과목들은 구체적인 교과목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말을 제대로 못하는 영아들에겐 교사들의 영향이 더욱 크다”며 “선진국은 영아교사 자격이 석·박사 학위에 경력 몇 년 이상으로 더 엄격한데, 한국에선 기저귀 갈고 애들 안아주는 역할로 아무나 시켜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어린이집은 평가인증제가 있지만 기준이 너무 낮아 사실상 ‘무늬만 인증제’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상적인 관리감독은 복지부가 하지만 교사·원장의 징계나 기본보육료 지원 중단 등의 행·재정적 제재는 시·군·구가 관할하는 이원화 체제도 구조적인 문제로 꼽힌다. 복지부는 2011년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159건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몰랐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처분을 받은 어린이집과 아동학대 교사·원장 명단을 공개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상태”라며 “교사들의 근무·재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문제가 된 어린이집은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송현숙·송윤경 기자 song@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