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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미래 위해 양육권도 포기했는데… 친권 제도 허점이 학대 살인 불러” 2013-11-07

조회수:705

ㆍ계모 학대 사망 8세 여아 친어머니의 한탄

“내가 죄인이지요. 내가….”

울산에서 계모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죽은 이모양(8)의 생모 심모씨(42)는 “어떻게 아무 힘도 없는 아이에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6일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에서 기자와 만난 그의 얼굴에는 딸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상습적으로 학대한 계모에 대한 분노, 허술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한탄이 배어 있었다.

▲ “나와 평소 친분 있던 계모… 배신감에 치가 떨려
2년전 유치원 교사 신고 때 경찰 수사만 제대로 했어도
그때 일이 못내 한스럽다”


심씨는 사건 발생 이후 잘 씻지 않는다. 집안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딸이 마지막 숨을 거둔 욕조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도 싫어한다. 뜨거운 물에 덴 딸의 화상 자국이 계속 뇌리를 때리기 때문이다.

그는 2004년 6월 전 남편과 결혼해 이듬해 12월에 딸을 낳았다. 하지만 2009년 10월 전 남편과 이혼을 할 때까지 5년4개월여 동안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한 것은 1년6개월 정도에 불과할 만큼 가정생활은 원만치 못했다. 전 남편은 직장을 따라 수시로 이곳저곳을 옮겨다녔다.

심씨는 “이혼할 때 딸을 내가 키우고 싶었지만 전 남편이 할머니에게 맡겨 잘 키우겠다고 해서 양육권을 포기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딸이 성장하면서 친엄마를 찾을까봐 이혼 이후 줄곧 전 남편의 친가가 있던 창원에 내려와 살았지만 모든 것이 허사였다”고 말했다.

심씨는 “전 남편은 이혼 이후 평소 나와 친분이 있던 박씨와 동거하면서 딸의 양육을 전적으로 박씨에게 맡겼고, 나에게는 딸에 관한 어떤 정보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박씨로부터 두어 차례 ‘딸아이가 아주 잘 생활하고 있다’는 전화통화를 한 게 전부였다”며 “2년 전 새로 구한 직장에 의료보험 가입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뗀 가족관계증명서를 보고서야 아이의 이름이 개명된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심씨는 “계모는 사교성이 좋은데다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앞장서면서 누구보다 아이를 잘 교육시키는 엄마로 알려졌는데 내 딸을 그렇게 만들다니 그 배신감에 치가 떨린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심씨는 “친구들과 얼마나 소풍을 가고 싶었으면 딸이 그렇게 두들겨 맞으면서까지 계모한테 매달렸겠느냐”면서 “아무 방어능력이 없는 아이에 대한 학대는 살인이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현행 법규의 ‘친권자’에 대한 문제도 많다고 했다. 심씨는 “자녀의 권리를 대행하는 것이 친권자라고 생각하는데, 그저 아이에 관한 모든 권리만 가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할 능력이 아예 없거나 다른 이유로 그럴 상황이 안될 때 아이는 학대의 사각지대에 놓여지고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다는 점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심씨는 2년 전 계모와 딸이 포항에 살 때 딸의 몸에 난 멍자국을 수상하게 여긴 유치원 교사가 아동센터에 신고한 사실을 떠올리며 “그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못내 한스럽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전 남편과 계모가 딸을 데리고 인천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당시 조사가 제대로 안됐고, 이후 사건이 인천으로 이송됐지만 그때도 친부와 연락이 안된다는 이유로 사건이 덮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심씨는 “아동 학대와 폭행 혐의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당연하지만, 내 딸의 죽음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 |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입력 : 2013-11-07 06:00:01수정 : 2013-11-07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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