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죽일것 같아요"…가정폭력에 멍든 동심
[노컷뉴스/2009.6.17]
 ◆ <사례1>"잘못했다고 빌었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 채 그냥 맞는 것을 벗어나기 위해 빌고 또 빌었을 뿐입니다. 밤이 무서워 모든 사람이 편안한 잠을 자고 있을 때 난 언제나 장농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어느날부터 그곳이 나의 유일한 안식처였습니다"
아동폭력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증언에 나선 A(23)씨는 실루엣에 몸을 숨긴 채 말하기도 힘든 자신의 아픈 기억들을 눈물을 머금으며 힘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엄마가 집을 나가버리는 바람에 할머니 손에 키워진 A(23)씨. 엄마의 가출이 A씨의 탓도 아닌데 그날부터 할머니의 욕설과 폭력은 시작됐다.
A씨는 "너 때문에 집안이 이렇게 됐다", 너 같은 건 없었으면 좋았을 걸" 등 매일 욕설과 함께 원망섞인 목소리를 할머니로부터 귀에 목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부터는 할머니의 폭력도 시작됐다.
할머니는 손에 잡히는 건 아무거나 들고 때렸고, A씨는 왜 맞는건지 영문도 모른 채 매일 밤을 숨 죽이며 한 나날을 보냈다.
조그만 소리에도 놀라 잠을 깨고 신경까지 예민해졌던 A씨는 결국 편안히 누울 수 있는 방을 놔두고 발도 제대로 펼수 없는 조그마한 장농 속을 택했다.
눈에 띄기만 하면 때리는 할머니로부터의 시선을 벗어나기 위해서지만, 그녀가 그나마 편안한 쉼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폭력은 줄어들지 않고 날로 심해져 한 때 날카로운 흉기로 A씨를 찌르려고까지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오금이 저린다는 A씨는 할머니가 흉기로 찌르려던 순간, 으로 몸을 감싸면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
놀란 A씨는 소리를 질렀고 이웃들은 달려왔지만 "나이 드신 할머니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며 할머니만 두둔할 뿐 A씨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성인이 된 지금도 A씨는 그때의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증언 내내 눈물을 흘리며 말을 제대로 잇지를 못했다.
A씨는 "어떤 이유가 됐던 폭력과 폭언은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해치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며 "가정폭력의 지난 시간들이 나를 빗겨같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아마 훨씬 좋은 모습이었을 것입니다"라며 원망을 하기도 했다.
십년이 훌쩍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A씨는 마산의 한 쉼터에서 정신재활치료를 받으며 생활을 하고 있다.
◆ <사례2>"친구의 옷은 찢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그냥 울기만 했습니다. 맞는 것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엄마 우리 둘만 살자. 맞지 말고 우리 둘만 살자. 옷 안사줘도 되니깐 그냥 우리 둘이 살자'라고 엄마와 부둥켜앉고 울었습니다."
한 초등학생이 자신의 친구 얘기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발표자는 진해 모 초등학교 6학년 김미래양(가명). 미래는 매일 의붓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친구과 그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미래의 친구는 5년 전 엄마가 하면서 새 아버지가 생겼다. 아버지가 새로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의붓아버지의 폭력은 엄마에게도, 선정이에게도 얼마 안 돼 시작됐다.
의붓아버지는 벽에 머리를 밀어버리는가 하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기도 했으며,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얼굴에는 피투성이가 되는 날이 하루가 멀다하고 선정이 친구에게 일어났다.심지어는 파이프로도 때리기까지 했다.
미래는 "친구는 맞으면 맞을수록 맞는 것이 두렵고, 의붓아버지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하루하루를 숨 죽이며 지내고 있었다"며 "학교에 가더라도 집중이 되지 않고 늘 가슴이 콩닥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워했다"고 말했다.
결국 미래의 친구와 엄마는 의붓아버지를 고소했고, 지금은 쉼터에서 지내며 새로운 삶을 지내고 있다.
"한 사람의 폭력이 많은 사람을 울리는 것 같다"는 미래는 "우리 어린이를 가정에서 몰아내는 것이 가정폭력이며 이 가정폭력이 또 다른 폭력, 성폭력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미래는 마지막으로 "우리 어린이들은 아직 힘이 없어서 폭력을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 지금도 폭력 당하고 있을 친구들을 도와주세요. 폭력으로부터 지켜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해 주위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 씻지도 지울수도 없는 상처...'아동 폭력'
이상은 지난 16일 경남 진해에서 실시된 우리아이 행복지킴이 중 발표된 가정내 아동폭력 사례들이다.
실제로, 지난해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 건수는 5578건으로, 지난 2003년 2천921건에 비해 5년새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가족 붕괴가 이어지면서 아무 힘없는 아동들에 대한 학대와 폭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동 학대 유형으로는 보호자가 아동의 보호를 소홀히 하는 방임 사례가 2천237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서적 학대 683건, 폭력 422건, 성적인 학대 284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아동여성인권경남연대 박인숙 회장은 "많은 아이들이 납치와 유괴, 폭력 등으로 자유롭지 못한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며 "행복의 원천인 우리 아이들이 불행한데 어른들이 행복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나서서 가정에서라도 아이들이 하고 밝게 잘 자랄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 어른들의 무관심과 폭력으로 받는 상처는 오랜 기간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기 때문에 가정뿐만아니라 주위의 힘없는 아동을 보호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바라기쉼자리 박정연
은 "아동폭력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어른들이 나몰라하는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라며 "어른들이 주변에서 폭력이 일어나면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데 오히려 도망가고 신고조차 기피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여기 쉼터에도 고통받는 아동과 여성들이 매년 7,80명이 들어오고 있는데 가정폭력에 의해 학대받는 아동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추세는 경기침체로 인해 이혼율 증가 등으로 이어져 가정이 해체되면서 발생하고 있는데 계속 증가하고 있어 어른들의 반성과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isaac04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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