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이제 선행이 아닙니다. 문화입니다.
글. 김인숙 세이브더칠드런 부회장 겸 중앙아동권리센터 소장
12년 전 일입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국제모금전략회의”에 참석하기위해 파리에서 비행기를 갈아탔습니다. 기내에서는 동양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니 검소한 옷차림의 서양 사람들뿐이었는데 모두 조용히 앉아 책을 읽거나 뭔가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한 여성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굵은실로 짠 자주색 스웨터를 입고 있던 그녀는 무릎위에는 실 꾸러미를 놓고 뜨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면 태어날 뱃속의 아기를 위해 무엇인가를 짜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사실과 다른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학교 다닐 때 영국의 남자들은 멋진 바바리 코트를 입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신사들이며 여성들은 아주 고급스럽고 우아한 옷차림으로 사교활동을 한다고 배웠던 짧은 지식이 머릿속에 각인된 탓인지 기내에서 조용히 뜨개질을 하는 검소한 여성을 보니 마음이 푸근해지고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파리에서 런던까지는 비행시간이 길지 않아 어느새 착륙을 예고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말에 덧붙여 기장은 “좌석 앞주머니에 기부금 봉투가 있으니 정성껏 기부금을 넣어 달라”며 수술을 통해 개안이 가능한 시각장애 아동들을 돕자” 는 간단한 안내 방송을 했습니다.
그러자 승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봉투에 담더니 좌석 앞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뜨개질에 열중해 있던 그 여성도 실 꾸러미를 가방에 넣고 동전까지 꼼꼼히 찾아 봉투에 챙겨 넣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국제모금전략회의 참석을 준비하면서 내심 기대했던 것은 ‘어떻게 선한 일에 참여 할 수 있는 큰손 기부자들과 큰 기업들을 찾아 설득하는 기술과 전략을 배울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의에 가기 전에 기내에서 이미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나누어 주는 것이 특별한 ‘자선 행위’가 아니라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요. 부자가 아닌 누구라도 어려운 이웃에게 가진 것을 나누어 주고 그들과 나누는 것이 바로 기쁨이 있는 삶이 되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나는 주는 사람이고 너는 받는 사람이니 우리는 서로 다른 신분임을 고집한다면 그곳에 기쁨은 없습니다. 적은 것이지만 그것이 물질이든, 재능이든, 마음이든, 시간이든, 기쁨으로 주고 나누는 삶을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 이라고 백범일지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여성들이 바로 한국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역입니다. 또한, <엄마는 생각쟁이> 독자분들께서도 이러한 힘이 있는 한국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매우 중요한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고 인정하며, 각자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존중되는 나라, 모든 종교가 자유로이 발달하고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풍토를 지닌 나라, 가진 것을 주고 나눔이 자랑거리가 아닌 일상의 삶이 되는 나라, 이러한 나라는 분명 아름다운 나라이고 힘 있는 나라일 것입니다. 이런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생각쟁이 엄마들이 선구자가 되어 앞장서시기 바랍니다.
엄마는 생각쟁이 2007.12 칼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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