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정신질환ㆍ자살 가능성 높여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 유년기에 신체적ㆍ성적 학대를 경험할 경우 유전자 발현에 변화를 일으켜 성인이 된 뒤 정신질환 및 자살 충동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22일 캐나다 맥길 대학의 마이클 미니 교수팀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연구팀이 유년기에 학대당한 경험이 있는 자살 환자 12명의 뇌를 일반 사망자의 뇌와 비교ㆍ분석한 결과 아동 학대를 경험한 자살자의 경우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pathway)'을 연결하는 이른바 '스트레스 경로'에서의 '글루코코티코이드 수용체' 활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루코코티코이드 수용체는 '스트레스 경로'에 대한 제어 역할을 해 주는 호르몬으로, 이 수용체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을 경우 스트레스 경로가 활성화 돼 자살 충동이나 우울증, 정신분열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
미니 교수는 "이전에 수행된 쥐 실험 결과와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어릴 때 부모에게서 받은 보살핌의 영향으로 글루코코티코이드 수용체의 발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이러한 '유전자 발현'의 변화가 후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아동전문가인 도로시 스콧 남호주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아이들이 학대와 방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의료 전문가들이 가정불화, 부모의 알콜 및 약물 중독, 부모의 정신질환이나사회적 고립 등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아동 학대로 인한 불행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최신호(22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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