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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87%가 가정 안에서 발생 2010-06-11

조회수:879

아동학대 87%가 가정 안에서 발생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입력 : 2010.05.17 03:09

아빠가 딸에게 "공부하라" 닦달하다가 과도 던져…
'방치'가 가장 많아

주영(가명·12)이에게 '아빠'는 생각만 해도 손에 진땀이 나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다. 주영이는 태어나서부터 내내 아빠와 단둘이 살았다.

사건이 발생한 건 2008년 10월. 그날도 평소처럼 "공부하라"고 닦달하던 아빠는 주영이가 밖으로 나가려 하자 과도를 집어던졌다. 주영이는 팔을 크게 다쳤고, 응급실 의사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했다. 주영이 아빠는 "책상 유리가 깨져 다쳤다"고 둘러댔지만, 주영이 몸 곳곳에는 멍 자국이 있었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주영이의 경우처럼 부모에 의해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09년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자의 83.3%가 부모였고, 87.2%가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9309건으로 2001년(4133건)보다 2.3배 증가했고, 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는 학대 피해 아동수도 2001년(2105명)보다 2.7배 증가한 5685명으로 나타났다.

이기영 서울시아동복지센터 소장은 "이혼·재혼 등으로 취약한 가족구조가 증가하고 빈곤가구가 늘어나면서 아동학대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여자 고무줄 치마를 뒤집어쓴 채 센터에 온 한준(가명·10)이를 기억했다.

한준이는 2년 전 봄,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 울다 지친 모습으로 발견됐다. "아이를 본 적이 없는데 지하 방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난다"는 이웃 신고를 받고 도착한 센터 상담사들은 경찰과 함께 대문을 뜯고 집 안에 들어갔다. 한준이는 아랫도리가 벌거벗긴 채였고, 방안에 널브러진 빵·과자 봉지에는 부스러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엄마와 단둘이 살던 한준이는 출생신고도 안 돼 있어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하고 혼자 집에서 지냈다. 가끔 미싱공장에 나가 일하던 엄마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 소장은 "한준이에게 입힐 바지조차 없어 상담사들이 벽에 걸려 있던 여자 고무줄 치마를 씌워 데려온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한준이 케이스는 부모가 방치함으로써 학대를 당한 경우다.

이번 조사에서는 방임에 따른 아동학대가 2025건(35.6%)으로, 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함께 발생하는 중복학대(2238건·39.4%)에 이어 가장 많았다. 정서적인 학대가 13.7%, 신체학대 5.9%, 성(性)학대 4.8%, 유기 0.6% 등이었다.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아동학대는 아직도 음지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보호기관에서 가정에 돌아갔다가 다시 학대받은 아동도 581명으로 조사됐지만, 아동학대로 부모의 친권이 상실된 경우는 극소수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김병익 교육홍보팀장은 "학대 행위자에 대한 교육·치료를 강제해야 하고, 상습적으로 아동을 학대하는 보호자에 대해서는 친권상실·친권제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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