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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이면 뭐해요? 아동인권은 후진국인데….” 2013-06-10

조회수:827

아동학대 한 해 1만건, 청소년 자살률 1위 국가
보호권·참여권 취약… 의료서비스도 부족

▲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미국 백악관은 아동문제 해결을 위해 아동회의를 열고 있어요. 미 전역의 전문가들이 모여 이슈를 논의하고 정책을 채택하기 때문에 전국적 관심을 끌 수 있어요. 역대 대통령들에게 아동회의 신설을 건의했지만 성사되지 못해 아쉬워요.”

이호균(63·사진) 한국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장은 아동권리를 높일 수 있는 해법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이같이 말했다. 5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에서 이 센터장을 만났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을 지낸 그는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월드비전 번역사로 복지 현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굿네이버스 창립 멤버로 2011년 부회장으로 정년 퇴직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헌장을 발표한 것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모태가 되는 선언문이 나온 해보다 1년 빠른 1923년이었어요. 유교문화 때문에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해요. 한 해 아동학대 신고가 1만 건이 넘습니다. 국가가 아동문제는 가정에서 부모가 해결할 것으로 여겨 등한시해 왔어요.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이 된 지 23년째인데 지난해 아동권리 인식도 조사를 해보니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아는 국민이 생각보다 적더군요. 협약 이행 당사국은 자국민에게 이를 알릴 의무가 있는데 정부가 소홀히한 거지요.”

-참여권 수준은 어떻게 보시나요.

“굉장히 낮은 편이죠. 최근 학생 대표 의견을 필요 시 듣는 정도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바뀐 상태입니다. 학교 내 집회의 자유, 그중에서도 학생회 대표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해 아이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수준까지는 돼야 합니다.”

-청소년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도 갖고 있는데요.

“일류 대학을 졸업해야 인정해주는 사회구조 탓에 부모는 부모대로 욕심을 부리고 학교는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취업하고 대접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아이들이 행복해져요.”

이 센터장은 “IT 천국이 되면서 오히려 아이들을 망쳤다”며 “스팸메일 제목만 봐도 섬찍한데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어떻겠나. 인터넷 유해 매체로부터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유엔 ‘아동매매‧성매매 및 음란물에 관한 선택의정서’에 가입돼 있어요. 유엔 산하 정보통신기구(ITU)에서 인터넷 유해환경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COP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분명하게 TV나 인터넷 접속 시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야 합니다. 사용 가능 시간을 자녀와 약속하고, 유해 프로그램을 차단하는 그린프로그램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깔아놓아야죠. 한국은 세계적인 아동포르노 유통 국가인데, 인터넷 유해환경이 발달해 아이들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아동친화적인 사법제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부부가 헤어진 후 아이를 떠맡은 조부모가 시청이나 구청에 아이를 데려오면 요보호 아동이라고 해서 보육시설에 보내잖아요. 국가가 부모를 찾아내서 친권과 양육권을 내놓지 않을 경우 양육비를 청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요. 선진국은 절대 안 그래요. 아동전담재판제도가 잘 돼 있어서 정확한 사법 판결을 받고 아이들이 움직여요. 엄마와 아버지는 재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아이는 국가가 보육시설에서 18세까지 양육해주니 굉장히 마음 좋은 나라인 셈이죠.”

-아동기본법 제정이 왜 필요한가요.

“청소년기본법과 청소년복지지원법, 청소년활동진흥법,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있듯 아동복지법은 있지만 상위법으로 아동기본법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법에서 정하는 아동 연령이 달라서 큰 문제입니다. 아동복지법은 18세 미만, 청소년기본법은 9세부터 24세로 규정하지요. 우리나라는 19세부터 선거권이 있으므로 아동‧청소년을 19세 미만까지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취약계층 아동들의 의료서비스는 어느 수준인가요.

“국민건강검진법상 아동이 4개월부터 6세가 될 때까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니 영유아기에 건강검진 받은 비율이 40%가 안 돼요. 학대나 방임을 하는 가정들이 건강검진을 받도록 독려하고, 그래도 안 받으면 보건소 방문간호사가 방문해 양육 환경을 체크해야 합니다.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해요. 보건소에 방문간호사 인력이 더 늘어나야죠. 일본은 아이가 태어나면 4개월 내에 시정촌에서 가정을 방문해요. 1년6개월 내, 3년 내에 정기검진을 하면서 부모가 학대하지 않고 잘 키우는지 관찰하고 검진을 안 받으면 보건소 방문간호사가 반드시 가정방문을 하도록 돼 있어요.”

이 센터장은 또 “유엔아동권리협약 정신이 국내법에 녹아나와야 하는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일테면 정부가 아동을 보호시설로 옮기거나 친권 박탈, 후견인 지정 시 아동 동의를 구하도록 돼 있으나 가사소송법, 민법, 아동복지법에 동의를 구하도록 명시한 연령이 다르다. 하지만 13세 미만이라도 의사소통 능력이 있는 아이는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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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1호 [사회] (2013-06-05)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mus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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