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일-2009.02.25.>
우리 사회의 성폭력 범죄가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 지난해 안양초등학교 여학생 유괴·살해사건이나 최근 강호순의 연쇄 성폭력· 살해사건을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젠 어느 누구도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정부가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제도, 전자 발찌 제도 등 다양한 성폭력 범죄 방지 관련 제도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범죄는 증가일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2~2006년 형법범(강간과 추행의 죄)은 6644명에서 9403명으로 1.5배나 증가했다. 특별법범(성폭력특별법)도 4222명에서 5455명으로 늘었다.
이런 현상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가해자의 사이코패스적 병리현상에만 사회의 관심이 쏠려 있다는 점이다. 성폭력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 분석 및 예방책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족한 것이다. 성폭력은 집행유예 기간 중 혹은 복역 후 재범을 저지르는 빈도가 매우 높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범죄자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 및 재범 방지 대책과 함께 피해자를 위한 보호 대책이 시행돼야 한다. 특히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아동 대상 성범죄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우선 성폭력 예방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 성폭력이 아동의 전 생애에 미치는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은 엄청나게 크다. 지켜보는 가족의 고통 또한 매우 심각해 종종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 조사 결과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아동의 거주 지역과 근접한 지역에서, 방과 후 오후 시간대에, 모르는 사람에 의해 가장 많이 발생했다. 특히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의 경우 놀이로 유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강제하지 않고도 쉽게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따라서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성폭력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주고 위급할 때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둘째, 지역환경을 재개발할 때 범죄 예방을 고려해야 한다. 단지 내 건축계획 단계에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얘기다. CCTV 설치를 확대하고, 아동의 안전을 고려한 사전 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범죄신고용 전화(가칭 SOS 전화)를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가해자의 유전자정보 등록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성범죄자의 경우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미국·영국·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유전자 정보은행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에서 개인의 정보를 관리함에 따라 과도한 사적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폐해가 있긴 하나 이미 시행 중인 나라들의 사례를 적극 검토해 보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가해자들의 인권도 고려해야 하나 피해자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관련 제도의 입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넷째, 성폭력 범죄자가 아동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국내에선 현재 아동 관련 시설 취업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복지부 조사 결과 일부 성범죄 전과자가 이 규정을 어기고 학교나 아파트 경비 등으로 일하고 있는 실태를 적발했다. 직원 채용 시 성범죄 경력 조회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관련 시설의 장(長)이 소홀히 한 것이다. 또한 외국처럼 아동 대상 성범죄 전과자의 거주 제한 규정의 도입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다섯째,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지자체와 지역 NGO, 주민들과 학교, 경찰 모두가 협력해 범죄 예방망을 구축해야 한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에만 맡겨 둔다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경찰 활동과 연계해 민간에 범죄 예방활동의 의무를 일정 정도 지워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변화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성평등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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