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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아동학대예방세미나 - 스토리텔링(최인용 팀장) 2013-12-10

조회수:1612

두드림(Do Dream)

 

누군가의 동네에... 누군가의 앞집이자... 누군가의 아래층...

주택가에 햇빛조차 들지 않는 1층에 단칸방...

24시간 깔려있는 이불 속...그 안에는 조그만 핸드폰 불빛만이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요금미납으로 정지된 핸드폰, 하지만 아이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의 대부분의 시간을 채워주는 게임이 돌아가면 그만이었으므로...

하루...이틀...한 달...일 년...아이는 언제 학교라는 곳을 갔는지 기억이 희미해져있다.

 

2009년 늦가을

언제나처럼 아이의 엄마는 호프집에서 일을 마치고 아침에 들어와 피로를 이불삼아 잠이 들어 있다.

구석에 웅크린 아이에 손에는 역시... 핸드폰만이 아이의 시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쿵쿵쿵쿵.....계세요?? 아무도 안계시나요??” 낯선 아저씨의 음성이 들린다.

아이는 숨죽이고 대답하지 않는다.

 

 

10여분 정도 계속된 두드림에 엄마가 일어났다. 지치고 피곤한 목소리로 누구냐고 묻는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나왔습니다. 어머님 문 좀 열어주세요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내미는 엄마...문이 열리고 엄마는 집안 꼴이 안좋다며

현관에서 이야기하라고 한다.

평소에 남에 도움은 필요 없다고 이야기 하던 엄마에게 복지관이나 기관은 귀찮은 사람들인 것 같다.

방임신고에 의해서 조사하고 도와드리려고 왔습니다. 미리 주민센터를 통해서 어머님께서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시고 계시며 나쁜 사람은 아니시라고 들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짊어진 짐을 조금이라도 같이 덜어드리려고 합니다.”

이어서 엄마의 목소리가 커진다.

도움 따위는 필요 없고, 어떻게든 우리 애들은 내가 잘 키울 테니까 제발 돌아가세요!!”

닫히는 문을 잡고 아저씨가 말한다...

어머니 아이가 학교는 졸업해야지요... 4년 동안 집에서만 있다고 들었습니다.”

!! 문이 닫히고 엄마는 받은 명함을 던지고 다시 잠을 청한다...

 

그 날부터였다...

그 아저씨가 우리집 대문을 두드리고 엄마는 가라는 소리를 지르고...

나중에는 편지를 놓고 가기도 하고, 과자를 두고 가기도 했다.

 

 

[ 어머님, 아동보호전문기관 OOO상담원입니다. 일단 상담이라도 할 수 있게 협조해주세요. 업무적으로만 생각했다면, 비협조로 인해 경찰과 같이 조사가 진행되었을 겁니다. 어머님이 혼자서 남의 도움 안 받고 자녀 두 명을 키우려고 늦게까지 호프주방에서 일하시고 힘들게 사시는데 아이가 4년이나 학교를 안가면서 집에서 방치되게 되어 도움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상담이라도 받아주세요. ]

 

엄마가 놔둔 편지를 들어 내용을 보고 아이는 자신이 4년 동안 집에서만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저씨가 20번 즈음 찾아왔을 때였다. 이번에는 경찰아저씨가 문을 두드렸다.

엄마는 당황한 듯 문을 열었고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 아저씨가 있었다.

흥분한 엄마를 진정시키고 문을 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엄마가 진정되자 경찰아저씨가 이야기 했다.

어머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와드리려고 찾아오는데 정성을 봐서라도 도움 받으세요.”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엄마는 급히 집안에 이야기할 공간을 만든다.

처음 찾아왔던 아저씨, 아니... 남자선생님과 여자선생님이 들어오고 정신보건 간호사선생님과

주민센터 공무원이 들어왔다.

잠시 이야기를 하던 엄마가 아이를 부른다.

반가워!! 드디어 선생님이 너를 만나는구나!!” 매일 찾아오던 남자선생님이 명함을 주었다.

 

아이는 한 시간이 넘게 선생님과 대화를 했다. 평소에 엄마와 누나 말고

이렇게 길게 대화를 한 기억이 아이에게는 없었다.

공부가 싫어지는 것을 넘어 부담이 되고,

점점 또래집단에서 소외되어 원하지 않던 왕따를 당했던 아이의 기억에 자물쇠가 열린다.

일단! 너에 대해 선생님이 더 잘 알아야! 더 잘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날 이후로 심리검사라는 것을 받게 되고 이미 고등학생 나이가 된 아이는

차를 타고 안전밸트를 처음 매어 본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이의 엄마가 쉽게 바뀌진 않았지만... 대문을 사이에 두고, 선생님과 엄마의 대화시간은 조금씩 길어져갔다. 아이의 집안에서 상담이 자연스럽게 시작한 건 선생님이 50번쯤 문밖상담을 진행한 후였다.

 

심리검사 결과가 나오고,

엄마와 아이는 후천적으로 아이의 발달과 지적능력이 과거에 멈춰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쁜 엄마에게 위임장을 받은 선생님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져갔다. 아이와 함께 병원으로 주민센터로 다니며,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를 돌아다니고...

아이는 밖으로의 외출에 농담도 하게 되었다.

선생님 못생긴 것 같아요

아이가 선생님에게 건낸 처음의 미소와 농담이었다.

 

 

아이의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어간다. 주민센터, 정신보건센터, 구청...등등

 

 

드디어, 아이가 오랜 시간 떠나있던 학교교문을 지나고 너무도 따뜻한 특수학급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선생님은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교무실에서 돈을 모아 아이의 월동복을 사주었고

등교연습이 안된 아이를 위해서 등교연습을 시켜주시고 주말이나 방학에도 학교에 나와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지지해주셨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고 한해가 지나가고 아이의 집에 좋은 소식이 온다.

좁은 단칸방을 떠나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의 가족이 이사를 하고,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남자선생님에게 아이는 고맙다는 말 대신 농담으로 맞이한다.

선생님 이제는 못생기지 않은 것 같아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아이가 웃으면서 농담을 하고,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이 아니다. 기관이, 그리고 경찰이, 정신보건센터가 주민센터, 구청이, 학교가 같이 아이를 밖으로 나올 수 있게 손을 내밀어 주었기에 아이에게 더 이상 정지된 핸드폰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한 명의 아이는 모두의 아이...우리의 아이인 겁니다.

 

스토리텔링

(/그림 서울마포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최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