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낯가림에 욕설… 마음은 멍투성이
부모 학대받은 ‘아동보호소 아이들’ 만나보니…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 기사 게재 일자 : 2010-05-18 14:10
17일 오후 경기 성남의 한 아동보호소. 장난감이 가득한 놀이치료실에서 올해 9세의 하늘(가명)이가 작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심리치료 선생님과 함께 퍼즐게임을 하고 있었다. 소매 밑으로 드러나는 하늘이의 팔목은 또래에 비해 가늘어 보였다. 웃을 때마다 보이는 하늘이의 앞니는 모두 새까맣게 썩어갔다.
이 아동보호소가 하늘이가 부모로부터 방임과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2008년 10월의 일이다. “아이의 이가 썩어 들어가고 있는데도 부모가 치료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학교 선생님의 신고를 통해서다. 알코올중독증에 의처증 증세까지 있는 아빠는 매일 술에 취해 엄마를 폭행했고 아내에 대한 불신으로 생활비조차 건네주지 않았다. 이곳에서 함께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하늘이의 누나 민경(가명·13)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폭력이 횡행하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민경이는 선택적 함구증을 앓고 있어 심하게 낯을 가렸고 때로 어린이가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욕설을 퍼붓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 민경이의 지적 학습 수준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9년 전국 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하늘이 처럼 부모로부터 방임과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는 아동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정서적인 학대’가 2007년의 10.6%에서 지난해 13.7%로 확산일로에 있다.
아동보호 전문가인 김인혜씨는 “아동 학대가 증가하고 있지만 ‘가정문제’라며 기관의 개입을 거부하는 부모나 가족들이 많다”며 “이들 행위자에 대한 교육과 치료를 강제하는 것을 포함해 상습적으로 아동을 학대하는 보호자에 대해 친권을 제한하는 등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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