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가정제도 도입 8년… 위탁아동 2배로
2010.5.22 경향신문 황경상 기자
ㆍ부모 손길 떨어진 아이들 가족으로 품어준 사람들
ㆍ지원센터 시·도별 1곳 불과… 월 10만원 지원금도 늘려야
2007년 6월 호석(4·가명)이는 생후 1년 만에 아버지, 형·누나와 생이별을 해야 했다. 사업실패로 큰 빚을 진 뒤 이혼의 아픔까지 겪은 아버지 조성준씨(34·가명)는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바람에 호석이를 돌봐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씨가 속을 태우다 찾은 곳은 충북가정위탁지원센터였다. 조씨는 그곳에서 3남매를 돌봐줄 위탁가정을 소개받았다.
호석(왼쪽에서 두번째)이가 3년째 길러준 위탁 부모들과 생일잔치를 하고 있다.
3년이 흐른 지난 3월 호석이는 다시 아버지의 품에 안기게 됐다. 어렵사리 인천에 월세방을 마련한 조씨는 “아이들이 너무나 보고 싶어 열심히 일했다”며 “아이를 맡아 길러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 길은 멀다. 아직 갚아야 할 빚도 남아 있고, 너무 어릴 때 헤어진 호석이는 위탁부모를 제 친부모로 생각한다. 그래도 조씨는 “어려운 일을 겪었지만 3남매가 모두 건강하고 밝게 자라줘서 고맙다”며 “잘 키워주신 분들의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탁가정에 사는 조민정양(18·가명)의 어머니는 2001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도 그해 집을 나가 한 살 아래인 동생과 단둘이 집에 남았다. 이 집 저 집 떠돌던 어린 남매에게 손을 내민 것은 평소 어머니와 친분이 있던 홍숙자씨(69·여·가명)였다. 민정양의 어머니 병간호를 도맡기도 했던 홍씨는 자신도 공공근로를 하며 인천의 허름한 무허가주택에서 홀로 어렵게 사는 처지였지만 남매를 맡아 키우겠다고 나섰다.
그후 9년 동안 홍씨는 친자식처럼 민정양을 키웠고 민정양도 ‘할머니’라고 부르며 따랐다. 홍씨는 민정양이 5살 때 교통사고로 다치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다리를 수술받게 해주기도 했다.
가정에서 양육될 수 없는 아이들을 일정기간 보살펴주는 위탁가정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정위탁의 날’을 하루 앞둔 21일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2003년 7565명이던 위탁아동은 2009년 1만6608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위탁사유는 부모의 이혼이 30.3%로 가장 많고 별거·가출(26.2%)이 뒤를 따른다. 이혼율 증가와 부모의 빈곤·학대가 위탁아동이 늘어나는 사회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 10곳의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하는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위탁가정은 부모가 생존해 있어 입양이 불가능하지만 2~3년 만 맡아주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아동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동이 시설입소를 하지 않고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위탁부모와 친밀감을 형성하며 지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가정위탁지원센터는 전국 시·도별로 1곳에 불과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홍보부족으로 위탁부모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위탁가정에는 정부에서 월 10만원가량의 지원금이 나가고 아동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수급비가 지급된다. 충북가정위탁지원센터 한전복 소장은 “위탁아동들은 심리·정서적으로 불안해 심리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아이를 맡아 기르면서 부모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를 맡아주는 위탁가정들에 더 많은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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