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이웃 온정에 '새삶' 시작한 성범죄 피해 아동

2010-08-11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지난 1월 자신의 집 인근에서 성추행을 당한 초등학생이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의 도움으로 악몽의 동네를 떠나 새집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1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초등학교 3학년인 은지(가명.9)양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 시점은 지난 1월19일 자기 집에서 도보로 불과 수분 거리에 있는 서울 장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또래 친구 2명과 함께 놀고 있을 때였다.

'아빠 친구'라고 자신을 밝힌 한 20대 남성이 집안에 들어와 어린이 세명을 한 시간 넘게 차례로 성추행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놀란 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알지 못했고, 그사이 범인은 아무 일 없었던 듯 범행 장소를 빠져나가 종적을 감췄다.

은지는 그후 환청과 악몽에 시달리는 등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증세로 힘겨운 생활을 해야 했다. 특히 학교로 가는 길목에 있던 그 '끔찍한 장소'를 매일 지나쳐야 한다는 것은 은지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다고 한다.

다른 피해 어린이 2명의 가족은 오랜기간 '삶의 터전'이었으나 이젠 아픈 기억만을 상기시키는 그 동네를 떠났지만, 매달 8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힘겹게 생활하는 은지네에게는 그것도 어려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금 은지 가족은 우리 사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마냥 모른척하는 비정한 곳만은 아님을 알아가고 있다.

사연을 알게 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성북구청의 도움으로 은지네는 6월30일 성북구의 한 임대주택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보증금 380만원은 전액 센터에서 부담했고, 매달 50만원씩 생계지원비도 받고 있다.

이사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지난달 22일 은지의 어머니는 서울중앙지검으로 한통의 편지를 보냈다.

어머니는 편지에 "선한 이웃들의 베풂이 좌절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많은 것을 얻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가난 속에서도 항상 법을 지키며 살기를 소망한다"며 "은지가 이번 불행을 딛고 어려운 이들에게 '한줌의 빛'이 되는 사람으로 커가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