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지난달 30일 A(16·지적장애 3급)양은 친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복지시설 직원의 손을 잡고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을 찾았다.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편부가정에서 지내 온 A양은 지난 2년간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왔으나 주변에 도움을 호소하지 못한 채 지내오고 있었다. 하지만 지적장애 때문에 제대로 된 진술이 불가능한 데다 계속된 산부인과 검사에서도 고통을 호소하면서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고소를 할 수 없게 됐다.

# 지난해 10월 9일 B(14)양은 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주변 이웃들의 신고로 진실이 밝혀졌으나 고소고발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편부가정에서 학교 정규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B양은 경찰 진술 등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없었다. 결국 2009년 2월쯤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 이외에 밝혀진 것이 없어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이 종결됐고 얼마전부터 다시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다.



최근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문제를 다룬 영화 ‘도가니’로 아동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내에서 아동·청소년 성학대 범죄가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사례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성학대 신고 접수대비 고소·고발조치 건수가 2011년 6건 중 1건(16.6％), 2010년 23건 중 6건(26.1％), 2009년 27건 중 9건(33.3％), 2008년 25건 중 3건(12.0％), 2007년 29건 중 3건(10.3％), 2006년 19건 중 6건(31.5％), 2005년 31건 중 3건(9.6%)으로 지난 7년간 160건 중 31건(19.3％)에 불과했다.

이처럼 고소·고발이 어려운 이유는 친부모에 의한 성폭행의 경우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아 피해자 진술 여부와 상관없이 고소가 가능하지만 일반 성추행이나 증거불충분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고소·고발을 할 수 있는 범죄 입증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들 대부분이 지적장애를 겪고 있는 아동이나 학교 정규교육을 제대로 마치지 못해 사회적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로 제대로 된 진술확보가 어려운 것도 큰 원인이 되고 있다.

A양과 B양 모두 가정형편이 어려워 복지기관에서 도움을 주다 발견한 사례로 직접 신고에 의한 것보다 주변의 도움으로 사실이 밝혀진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범죄 입증이 어려워지면서 범죄행위가 흐지부지되고 있는 현실이다.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기관에서 상담과 치료는 가능하지만 증거가 없거나 부모가 원하지 않을 경우 사건을 종결시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며 “유관기관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방안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보다 법적, 행정적으로 피해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석 kimhs86@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