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친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거나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경남 창원에서는 친엄마가 세 살짜리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가방에 넣어 저수지에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달 5일에는 경기 일산에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세 살짜리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부부가 경찰에 입건됐다. 며칠 전 경기도 오산에서는 6개월 된 아기를 아빠가 상습적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들 모두 친부모가 자식을 죽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지만 아동학대 행위자의 약 80%가 친부모로 보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전국 45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아동학대로 신고 접수된 사례는 총 1만146건이고, 친부와 친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는 각각 2855건(47.1%), 1963건(32.4%)이었다. 이는 5년 전 수치(친부 2788건, 친모 1520건)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처럼 친부모에 의한 자녀 학대 행위를 부모의 어릴적 학대 경험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이수정 임상심리전문가는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들의 경우 아이를 때리면 아이가 무슨 감정을 느낄까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과거 자신이 아플 때 타인에게 위로받지 못한 경험이 공감능력 결핍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또한 이씨는 “이런 부모들이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화를 억제하지 못하고 약자인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게 되고, 이는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배워야 하는 감정 통제를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들을 살해해 저수지에 버린 엄마의 경우도 학대당한 불우한 어린 시절에 대해 진술한 바 있다.

한편 자식을 독립된 존재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한국의 강력한 가족중심주의를 문제의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높다. 사회가 아이의 양육을 전적으로 부모에게만 맡기고, 아무리 부모가 ‘나쁜 양육자’여도 생물학적 부모가 남보다 낫다는 인식이 팽배해 아동학대가 은폐되기 쉽고, 해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아동학대 사례 조치 결과(2011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를 살펴보면 초기 조치에서는 원가정에서 보호하는 경우가 73.7%였고, 최종 조치 결과에서도 원가정 보호 65.3%, 가정복귀 6.8%로 나타나 피해 아동들이 학대가 일어났던 가정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했다. 최종 조치 결과 격리보호는 26.2%(1585건), 타기관 의뢰는 1.5%(91건)에 불과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장은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가 극단적 상황이 될 때까지 걸러줄 시스템이 없다”며 “아이를 나쁜 양육자로부터 분리해서 보호하고 부모에게는 교육과 치료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 원장은 “예전에는 가정에서 부모가 되는 훈련을 받았지만, 부모는 맞벌이를 해야 하고 아이는 학원에 있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부모 역할 배우기는 가정 내 교육으로 불가능하다”며 부모에 대한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가해 부모에 대한 교육이나 치료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격리보호를 원칙으로 하지 않고 원가정의 기능 회복 중심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다시 학대가 발생할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강인수 과장은 “부모에 대한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닌 부모의 선택에 따른 것이 원치 않으면 받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접근 방식을 상담 위주보다는 처벌 중심으로 바꾸도록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아동학대 방지 및 피해아동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아동학대 방지 및 피해아동의 보호·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한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강인수 과장은 “아동학대가 발생한 이후에 개입하는 것보다 예방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며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만이 아니라 양육 과정에서의 말 한마디까지도 신경쓰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