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아동학대 판정, 한 해 6000건 넘어

2013-02-21

ㆍ신고 건수도 1만건 이상 급증
ㆍ“체벌 당연시하는 분위기 탓”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05년 8000건에서 2011년 1만146건으로 늘었다. 실제 아동학대가 이뤄졌다고 판정된 건수도 2005년 4633건에서 2011년 6058건으로 늘어났다. 이 중 13명은 사망했다. 과거에는 가정 안에 숨겨졌던 아동학대가 최근 외부로 많이 드러나고 있지만 심각성은 여전하다. 대부분 아이를 양육하면서 맞닿아있는 부모(83.2%)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피해아동 중 과반수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학대 상황에 처해있다. 2011년에 판정받은 아동학대의 발생빈도는 거의 매일 발생한 경우가 43.3%, 2~3일에 한 번 학대를 당한 경우가 17.4%였다. 아동학대 사실을 두 번 이상 신고한 경우도 점증하고 있다. 총 상담신고 건수 중 두 번 이상 신고된 사례의 비율이 2007년 10.1%에서 2011년에는 13.1%로 높아졌다.

왜 끊임없이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때리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히 팽배하기 때문이고 제도적으로 미흡한 점도 있다고 말한다.

이향란 한국아동정책연구소장은 “부모가 아이들을 훈육하는 데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체벌”이라며 “한국은 부모가 아이를 때려서 키운다고 하는 것이 굉장히 익숙한 문화처럼 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빈곤가정에서 특히 아동학대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부모들이 아이를 가르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며 “사회가 안정적이지 않을 때 부모들은 자신보다 약자인 아이들을 화풀이 대상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인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과장은 “예전에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는 것을 당연시했던 게 바뀐 것처럼 부모라고 해서 아이를 무조건 체벌할 수 있는지, 체벌 수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재논의해야 한다”며 “외국은 부모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하는 교육을 시킨다든지 이혼가정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는데 한국에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부모에게 아이들 대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거나 학대하는 부모의 처벌 강화, 신고체계 재정비 등이 나오고 있다. 이 소장은 “부모교육을 받아야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논문 결과도 있다”며 “빈곤계층은 따로 부모교육을 받기 어려우므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부모교육을 포함시켜서 어릴 때부터 학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아동학대에 대해 예방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홍보하고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제도적인 근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동학대 보호자에 대해 처벌을 높이고, 누구든지 학대가 의심되면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요건을 확대하며, 피해아동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의 ‘아동학대 방지 및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혜리·김재중·이성희 기자 lhr@kyunghyang.com>

입력 : 2013-02-20 21:5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