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허은숙
지난 2월 13일 경기도 의정부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된 3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2월 초 의정부의 한 교회 계단에 태어난 지 3시간밖에 안 된 자신의 아이를 종이 상자에 담아 버렸으나 유전자(DNA) 검사로 발각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A씨가 이 사건 전에 이미 두 아이를 유기했고 이번이 세 번째라는 것이다. A씨는 2009년과 2010년에도 생활고를 이유로 출산 직후 아이를 버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5일에는 전남 광주에서 40대 여성 B씨가 자신이 출산한 생후 5일 된 신생아를 광주의 한 대형마트 유아휴게실에 버리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양육의 부담 때문에 아이를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아이의 숫자가 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영아 유기는 2010년 69건이던 것이 지난해 132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전국의 아동복지시설에는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아동 1만70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12월 말 전국의 아동복지시설은 280개이고 총 1만6523명의 요보호 아동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소규모 가정 형태의 아동생활시설인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은 460개로 2241명의 아동을 보호하고 있다. 버려진 아이들은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일시보호소에 머물다 10% 정도만 부모 품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룹홈 등의 보육시설로 옮겨진다.
부모가 아이를 버리는 이유는 빈곤, 이혼, 청소년 출산, 미혼모, 학대 등 다양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한 가정해체로 버려지는 아이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의 발생 이유로 미혼모가 32.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보호아동 발생사유, 2010년 기준). 이는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결혼 외 출산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턱없이 부족한 양육지원책으로 인해 많은 수의 미혼모가 양육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으로는 이혼이 23.5%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학대 12.1%, 비행·가출 9%, 빈곤 6.8% 순으로 나타났다. 장기간의 경기침체는 이혼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비율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경기불황이 가정파탄과 아동복지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가정해체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부실해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극단적 상황에 내몰린 부모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또한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부모들의 인식 개선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아동인권센터 정병수 사무국장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이 유기를 선택하는 부모들이 제도적 지원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핫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 사무국장은 “막다른 길에서 아이 유기라는 극단적 선택을 두고 심리적 압박을 겪고 있는 부모들이 지지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통 창구가 마련돼 있다면 심리적 안정을 찾고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모 교육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아이를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상당수의 부모들이 양육 방법을 모르거나 자신의 스트레스와 분노 조절에 서툴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단체나 종교단체에서 예비부부 교육을 하는 것처럼 부모 교육도 표준화되고 의무화돼야 한다”며 “산부인과나 소아과 등을 통해 부모에게 양육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최윤용 상담원은 “대가족 시대 조부모가 했던 역할을 정부가 해야 아이를 보호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 상담원은 “이전 세대에도 아동 학대는 있었지만 부모의 부재나 학대를 조부모가 제어할 수 있었는데 핵가족 사회로 변하면서 부모를 교육할 사람이 없고, 경제적 상황까지 나빠져 아동 학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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