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돌봄의 가장 이상적 형태는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아동을 중심으로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짜여진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돌봄시스템은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에서 각각 따로 예산을 편성해 실시하고 있다. 특히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이 많고 중복 수혜받는 아동들이 있어 다양성 확보와 수혜자 확대를 위해서는 통합적 틀 안에서 사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과제가 정확한 수치와 실태 조사다.
경남도는 경남지역 아동 수 75만2576명 중 7만6763명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추정치’일 뿐 정확한 통계나 실태조사는 없다. 지난달 31일 열린 경남도건강가정지원센터 토론회에서 임경숙 도의원은 “건강가정지원센터나 보육정보지원센터, 경남발전연구원 등 기관을 통해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방임되는 아동이 얼마나 있으며 돌봄서비스 시설은 어떤 형태로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과제는 아동이 혼자 남겨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돌봄시스템의 탄력적 시간 운영이다.
부모 모두 생업에 종사해 밤늦게 귀가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자녀를 늦은 시간까지 돌봐줄 기관은 부족하다. 상당수 맞벌이 부부의 자녀가 이용하고 있는 방과후교실은 오후 5시까지만 운영돼 이후 시간까지 부모가 일을 해야 하는 가정의 아동은 온전히 방임되고 만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지역아동센터다. 지역아동센터는 2004년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법적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맞벌이 부부 자녀들의 끼니 해결과 학습을 위해 생겨난 자생적 공부방이었다. 학교와 집 인근에 위치하고 늦은 시간까지 가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상적 돌봄기관으로 떠올랐으나 재정이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 공간이 협소하고 학습 시설도 열악하다.
따라서 학습 인프라를 갖춘 학교가 ‘교육기관을 넘어 돌봄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 도내 490개 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엄마품온종일돌봄교실’이다. 오전 6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돼 아동이 혼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다양한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역시 많은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이 외에도 각 시도교육청과 지역아동센터가 1대1로 연계해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 등 지역사회와 학교, 지역아동센터가 통합적으로 기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데에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또 ‘부모가 일을 나가면 아이가 혼자 지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도 말한다.
박미경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최근 아동방임 사례가 급증한 것은 방임이 늘어난 측면보다는 아동방임이 가족 내에서 해결해야 할 고민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가 들여다봐야 할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싹트고 있다는 희망적 증거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