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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집행자 ‘아동학대 인식 수준’ 심각하다 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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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조기 발견부터 사후 조치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경찰관과 검사, 판사 등 법집행자들의 아동학대 인식이 일반인보다도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경찰관의 민감도가 가장 약했다. 아동학대로 접수된 사건이 실제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비율이 6.4%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벌금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은 법집행자들의 안이한 아동학대 인식수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0일 이화여대 노충래·정익중 교수팀(사회복지학)은 법무부 의뢰를 받아 지난해 여성·아동전담 검사 51명, 판사 54명, 여성청소년계 경찰관 85명 등 190명을 대상으로 ‘법집행담당자의 아동학대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법집행자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인식을 연구한 것은 처음이다.

연구 결과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 행위’, 즉 의료방임을 학대로 인정한 비율은 경찰관 44.7%, 검사 45.1%, 판사 43.4%였다. ‘아이가 아프다고 해도 내버려두는 행위’, 즉 유사항목에 대해 일반인과 신고의무자의 90%가 아동학대라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벨트와 막대기 등의 딱딱한 물건으로 아이 엉덩이를 때린 행위’를 신체 학대로 인정한 비율은 세 직군 평균 35%로 일반인과 비슷했다. 하지만 아동분야 학계전문가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인정률 80%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특히 신체적 학대에 비해 정서적 학대나 방임을 학대로 생각하는 비율은 매우 저조했다.

세 직군 중에서는 경찰관이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도가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주 심한 아동학대로 분류되는 ▲칼 등의 흉기로 위협한 행위 ▲목을 잡고 조른 행위 ▲있는 힘을 다해 아이를 마구 두들겨 팬 행위에 대해 검사와 판사는 모두 100% 학대로 봤지만, 경찰관은 항목별로 64∼70%만 학대로 인정했다. 25∼27%는 ‘정도에 따라 다름’, 4∼8%는 ‘학대가 아님’이라고 답했다.

정익중 교수는 “검사와 판사는 고소·고발 조치된 심각한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아동학대 위험성이 있는 항목이 발견되면 학대를 의심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경찰은 관할지역에서 일상적으로 다양한 학대나 폭력 사례를 수사하면서 아동학대에 대해 둔감해지거나 유연한 판정기준을 갖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동에게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주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 상당수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은 이처럼 법집행자들의 아동학대 민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11년 신고 접수된 1만146건 가운데 6058건이 아동학대 판정을 받았으며, 이 중 가해자에 대한 고소·고발은 6.4%(389건)에 그쳤다. 고소·고발 건 중 30%는 무혐의 판결됐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학대라는 의견을 줘도 경찰과 검찰에서는 가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법집행자들도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사건을 접하는 경찰부터 신고의무자에 추가하도록 아동복지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2013-11-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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