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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아동학대 사망 더는 없게…‘한국판 클림비 보고서’ 낸다 2013-11-26

조회수:1059

 

아동보호단체·학계·국회 연대
울주 사건 진상 조사위 꾸려
“학대 신고 받아도 속수무책
보호기관 권한 강화가 중요
관계 부처 협조체계 갖춰야”

“경북 울주에서 계모의 학대로 사망한 아이는 이미 2011년 유치원 교사의 신고로 아동학대(를 당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 뒤 이사를 거듭하며 이 가정은 국가와 관련 기관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결국 아이가 숨지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에는 우리 아동보호 제도의 허점이 응축돼 있다.”(남윤인순 민주당 의원)

이런 문제의식을 함께하는 세이브더칠드런·굿네이버스·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아동보호단체와 한국아동권리학회·한국아동복지학회 등 학계가 연대해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위원회’(위원장 남윤인순)를 꾸렸다.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지난달 24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에서 8살 여자아이가 계모인 박아무개(40)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숨진 사건이다. 사망 당일 이 아이는 1시간 동안 주먹과 발로 얻어맞아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졌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졌다.(<한겨레> 22일치 10면 참조)

25일 발족한 위원회는 이 사건을 단계마다 되짚어본 뒤 국내 아동보호체계 전반의 문제를 지적하는 ‘한국판 클림비 보고서’를 내고 관련 제도 개선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클림비 보고서는 2000년 9살 소녀 빅토리아 클림비가 친척의 학대로 숨졌을 때 영국 정부가 의회와 함께 조사단을 꾸려 낸 결과물이다.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난 클림비는 가난을 피해 이모할머니를 따라 영국으로 건너왔다가 이모할머니와 그 남자친구에게 학대와 폭행을 당해 저체온증 등으로 숨졌다. 주검에는 밧줄에 묶인 흔적과 담뱃불로 지진 상처가 남아 있었다.

사건 직후 영국 정부는 클림비가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 사회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병원과 경찰의 대처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했다. 380만파운드(약 65억여원)를 들여 2년여의 장기조사를 벌여 펴낸 400쪽에 이르는 클림비 보고서를 바탕으로 영국 정부는 처벌 강조에서 예방 중심으로 아동법을 개정하고 아동보호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국내에서 아동보호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아동단체와 전문가, 국회의원이 힘을 합쳐 대규모 위원회를 꾸린 것은 처음이다. 국내 아동학대 건수는 지난해 6403건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늘고 있지만 처벌 위주로 처리할 뿐 각 사건의 진상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원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예방체계를 세우는 데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권한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보건복지부 위탁을 받은 민간기관으로 권한이 제한돼 있어, 학대 신고를 받고 가정을 방문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다. 울주 사례의 경우, 이미 학대 신고를 접수한 보호기관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학대 부모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학대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문제에 관한 업무가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문제도 짚을 예정이다.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은 “울주 사건의 경우 처음에 아이와 계모의 관계를 보호기관에서 잘 몰랐다. 보호기관은 보건복지부 관할이지만 가족관계 증명이나 개인정보에 대한 추적은 경찰과 안전행정부 업무에도 걸쳐 있다. 관계 부처들의 협조 없이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25일 첫 공식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이번주부터 울주 사건 피해아동이 살았던 포항·인천·울주 등 3개 도시 각각의 아동보호기관과 지자체, 아이가 다녔던 유치원과 병원 및 경찰 등에 자료를 요청해 서면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어 12월 안에 현장조사를 마치고 내년 1월께 최종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기사등록 : 2013-11-26 오전 08: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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