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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피해 아동이 친권 제한 청구·변호사 선임 직접 하라고? 2013-12-13

조회수:1024

■ 아동학대 못막는 아동학대특례법 제정안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아이 도울 수 있게 하든지 친권 제한 청구권 줘야
법률도움 무료로 받게 아동전담변호사제도 시급


송옥진기자 click@hk.co.kr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의 첫 법안 심사가 예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안홍준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이 친권 제한 조항을 담은 것은 아동학대 가해자가 친권자여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이 유명무실해 이대로는 법이 제정돼도 피해아동 보호가 제대로 안 될 공산이 크다.

피해아동에게 '친권 제한 청구하라'

아동학대특례법안은 20조에서 경찰과 검찰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가정법원에 피해아동 보호명령을 청구하는 길을 터놓았다. 아동학대의 가해자가 대부분 부모이기 때문에 부모의 친권을 제한해 피해아동과 분리시키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피해아동·피해아동의 법정대리인·변호인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어린 아이가 이런 법규를 알고 법원에 청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법정대리인은 곧 가해자인 부모인데다, 변호사를 두려 해도 역시 부모 아니면 안 되는 일이어서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조항이다.

법무법인 지향의 김수정 변호사는 "학대행위자가 주로 부모인데 그 영향력 하에 있는 피해아동에게 친권 제한이나 상실 청구권을 주도록 하는 조항은 형식적인 문장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실효성을 높이려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법률조력인이 아이에게 권리를 고지하고 도와주는 것을 아동학대특례법에 필수 조항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을 청구권자에 포함시키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이 친권의 제약 때문에 피해아동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울산 8세 여아 사망 사례에서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친권 제한을 요청할 수 있었으면 친모에게 연락을 못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민법 개정안도 친권을 남용하면 자녀가 직접 부모의 친권 제한·정지·상실 청구를 법원에 하도록 돼 있어 청구권자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포함시키는 등 수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권한이 없어 무력감에 빠져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의 위상을 높이고 직원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아동전담변호사 법적 근거 마련해야

피해아동이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근거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해자 형사고소, 친권 제한·상실 청구, 후견인 지정 등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많지만 제대로 된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경북 구미에서는 아동학대 피해 자매 중 동생이 사망하자 역시 학대를 받았던 언니가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해 재판을 받고 있는 일이 있다. 아동보호단체 관계자는 "12세밖에 안 된 아이가 동생을 죽였다는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경찰조사와 법정에서 아이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술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나우리의 이명숙 대표변호사는 "국선전담변호사처럼 아예 아동을 위해 무료 변론하는 아동전담변호사제도의 근거 규정을 법에 마련해 전담변호사가 아동학대 사건 발생 초기부터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개입해 피해아동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아동학대특례법에도 법률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부모가 가해자인 만큼 변호사를 수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반드시 아동전담변호사를 수임하도록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전담변호사가 있으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 커버하기 어려운 법률적인 문제를 지원할 수도 있다.

복잡한 가해자 분리 절차

홍종희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은 "아동학대특례법안은 아동학대가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곳곳에 사법적 개입을 한다는 게 현행 아동복지법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검찰-법원의 단계를 거쳐 아동을 가해 부모로부터 분리하도록 했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 분리 등 응급조치를 하면 반드시 경찰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경찰이 아니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출동을 하더라도 결국 사법적 개입이 이뤄진다.

그러나 현장의 실무 능력이 법 제도를 못 따라가면 아이 보호에 공백이 생길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조문대로 '지체 없이' 검찰에 임시조치 청구를 신청한다 하더라도 법원에서 임시조치를 결정하기까지 가장 빠른 게 3일"이라며 "부모가 종교적 이유로 아이의 수혈을 거부한다든지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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