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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엄마 친권 앞에선 보호기관도 정부도 무기력 2013-12-13

조회수:818

"아이 안 돌려주면 기흉수술 동의서 못 써준다"
아동학대특례법안 발의됐지만 여전히 보호엔 미흡


송옥진기자 click@hk.co.kr

학대 엄마를 피해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A(10)양은 기흉으로 폐 기능을 30%만 쓰고 있다. 숨 쉬기가 어렵고 학교는 다니지 못한다. 의료진은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일한 친권자인 엄마는 수술 동의를 거부하고 있다. "아이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아이를 돌려보내면 학대가 반복될 것이라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판단하고 있다. A양은 "엄마한테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매달렸다. 하지만 학대 엄마가 내세우는 친권 앞에 병원도, 아동보호기관도, 정부도 무력하기만 하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A양은 올해 1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 사례로 접수됐다. 폐 기능이 약해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던 A양의 엄마가 종종 딸을 병원에 둔 채 사라져 연락이 되지 않자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장조사 결과 신체학대·정서학대·방임의 아동학대로 판정했다. 조사에서 A양은 엄마로부터 주먹으로 머리를 맞았고, 집안 청소와 밥을 어린 남매들이 직접 챙겼다고 진술했다. A양의 언니(11)는 "엄마가 우리를 베란다에서 떨어뜨려서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엄마로부터 격리가 시급했다. A양은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그룹홈과 병원을 오가며 지냈다. 하지만 "엄마가 찾아와 날 죽일지 모른다"며 불안에 시달렸다. A양의 언니는 다른 시설에서 보호 중이고, 시설에 보호조치돼 있던 남동생(5)은 엄마가 데려간 상태다.

A양의 엄마는 "아이를 돌려주지 않으면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안 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수술에는 동의서가 꼭 필요한데 보호자는 엄마뿐이다. A양의 친부와 계부는 집을 나간 후 연락이 끊겼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지자체장과 검사가 친권 제한∙상실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지자체장이 이를 청구한 적은 아예 없고, 형사처벌과 함께 친권을 제한하라는 법원 결정은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나 나온다. 성폭력이 아닌 한 학대 부모의 친권이 제한되는 일은 사실상 없다.

A양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됐지만 이조차 미흡하다. 1년 넘게 국회 법제사법위에 계류돼 있던 이 법안은 최근 울산 8세 여아 학대사망 사건 등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면서 16일 첫 법안 심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친권 제한 청구를 아동 본인이나 부모, 변호인이 하도록 해 '있으나 마나 한 법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모-자식은 하늘이 내린다는 유교적 사고에 물들어 학대 부모의 친권 제한에 머뭇거리는 우리 사회가 힘 없는 아이들을 '위험한 친권'에 내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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